국제법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정의의 싸움
최근 2년간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국제법의 실효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판결들을 내렸습니다. 특히 가자지구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일련의 판례들은 현대 국제법이 인도적 위기와 전쟁범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고 있습니다.
ICJ의 획기적 잠정조치 명령들
2024년 가장 주목받은 국제법 판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 이스라엘 사건에서 나온 일련의 ICJ 잠정조치 명령들입니다. 2024년 1월 26일 ICJ는 이스라엘에게 1948년 집단학살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에 따라 집단학살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는 국제법상 매우 드문 사례로, ICJ가 진행 중인 분쟁에 대해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입니다.
더욱 구체적인 명령이 2024년 3월 28일에 이어졌습니다. ICJ는 가자 주민들이 기근과 굶주림에 직면하고 있다는 상황 악화를 고려하여 이스라엘이 즉시 기본 식량 공급을 보장하도록 하는 새로운 비상 조치를 명령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ICJ는 가자지구가 "기근의 위험에 직면한 것을 넘어 기근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UN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동 27명을 포함한 31명이 이미 영양실조와 탈수로 사망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2024년 5월 24일 ICJ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라파에서의 군사 공격 및 다른 모든 행위를 즉각적으로 중단하라"며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생활 여건 전체 혹은 일부에 대한 물리적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법의 한계
한편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 사건은 국제법의 또 다른 중요한 시험대가 되었습니다. 2022년 3월 16일 ICJ는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군사작전을 즉시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잠정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군사 작전이 집단살해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ICJ에 러시아를 제소했습니다.
ICJ는 찬성 13표 반대 2표로 ① 러시아는 2월 24일 개시된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군사작전을 즉시 중단할 것, ② 러시아는 자국의 지시·지원을 받는 군대 또는 비정규 무장단체가 이러한 군사 작전을 촉진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2024년 2월 2일 ICJ는 이 사건에 관한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하며 "대부분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ICC 체포영장과 국제형사재판의 새로운 국면
2024년 11월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는 ICC 검사가 전쟁범죄 혐의로 지난 5월 20일 영장을 청구한 지 6개월 만의 일입니다. 원칙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은 앞으로 ICC 124개 회원국을 방문할 경우 체포될 수 있습니다.
갈란트 전 장관은 이에 대해 "ICC가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살인 지도자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유아 살해, 여성 성폭행, 노인 납치 등을 정당화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와 도덕적인 전쟁에 대한 위험한 판례를 만들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ICC 제재와 국제법 체계의 위기
2025년 2월 6일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에 의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부과된 제재는 국제법 체계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행정명령은 광범위하고 강경한 조치로,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ICC의 관할권을 거부하고 국제법상 의무를 위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당 행정명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ICC의 관할권을 거부하며, 재산 및 자산 동결, ICC 관계자와 그 직계 가족의 미국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LAWASIA(아시아태평양 법률가협회)는 이에 대해 "법치주의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ICJ 판결의 실효성 문제
이러한 중요한 판결들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의 근본적 한계가 여전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ICJ의 판결은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만 법원이 이를 강제할 힘은 없습니다. 일본이 2014년 ICJ의 포경 금지 판결을 받고도 여전히 포경을 계속하는 사례처럼, 판결의 '비강제적 성격' 때문에 실질적 이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와 국제앰네스티는 2024년 2월 26일 이스라엘이 ICJ의 잠정 조치를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기본 서비스 제공과 연료 및 생명 구호 물자의 가자 지구 내 진입 및 배분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법 발전의 새로운 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2025년의 이 판례들은 국제법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ICJ의 2024년 7월 19일 권고적 의견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장기간 점령의 불법성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2024년 ICJ의 법원 규칙 개정으로 소송참가 제도에도 변화가 생겼으며,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 사건에서는 33개국이 32건의 소송참가 선언을 제출하는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최근 2년간의 국제법 판례들은 국제법이 현실 정치의 한계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가치와 평화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강제력의 한계가 있지만, 이러한 판결들이 국제여론 형성과 외교적 압력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국제법의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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