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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법 판례해설, 최근 주요 사례 분석 (2022-2025)

킴청명 2025. 11. 4.

항공산업의 발전과 함께 항공법 관련 분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4년간(2022-2025년) 발생한 주요 판례들을 통해 항공안전법의 해석 기준과 실무상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운항규정 위반 처분의 재량권 남용

이스타항공 조종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 사건

2023년 6월 15일 서울고등법원은 항공종사자의 운항규정 위반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자격정지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스타항공 904편의 부기장이 2019년 8월 12일 김해공항 착륙 시 선회반경 기준 2.3NM을 초과하여 2.7~2.8NM로 선회한 사건에서, 국토교통부는 30일간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이를 취소했습니다.

재판부는 항공종사자가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자격증명의 효력을 정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위반한 운항규정의 내용, 위반 행위의 구체적 양태, 위반 경위와 동기, 발생 위험성, 다른 사업자들의 운항규정 내용, 국내외 운항표준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제재적 처분의 발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다른 항공사의 동일 기종 선회반경이 3.7NM이고, 김해공항 항공정보간행물상 선회반경도 3.7NM으로 규정된 점을 고려하여 항공안전에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운항규정 관련 판단

항공안전법 운항규정 조항 위헌소원 사건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는 구 항공안전법 제93조 제5항 후문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청구인은 주식회사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근무하던 중 2019년 8월 12일 김해공항 착륙 시 운항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20년 12월 30일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30일간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청구인은 해당 법률 조항들이 법률유보원칙, 명확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평등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그러나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이 승소판결을 받아 판결이 확정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하더라도 당해 사건 재판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었습니다.

항공보안법 위반 사례

항공기 비상구 조작 사건

2025년 7월 24일 발표된 수원지방법원 판결(2024고단7052)에서는 항공기 비상구 손잡이 덮개를 잠시 열었다 닫은 행위가 항공보안법상 '탈출구의 조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비상구의 손잡이 덮개만을 잠시 열었다가 바로 닫았을 뿐이므로 탈출구의 조작에 해당하지 않고,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항공보안법 등 관련 규정의 내용과 체계, 비상구의 형태와 사용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항공운송사업자의 운항규정 준수 의무

후쿠오카공항 유도로 등화 파손 사건

항공운송사업자가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항공기를 운항한 경우에 대한 판례에서, 법원은 운항규정 위반 행위의 주체를 항공종사자가 아닌 항공운송사업자로 판단했습니다. 2019년 10월 29일 국토교통부가 항공운송사업자에게 과징금 3억 원을 부과한 사건에서, 법원은 항공운송사업자가 피고로부터 운항증명을 받으면서 마련하여 인가받은 운항규정에 포함된 조종사 운항교범(POM)에 따라 항공기가 지상 활주 시 항상 유도로 중심선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운항규정의 법적 성격과 범위

강행규정과 훈시규정의 구분

항공안전법 제93조 제7항은 항공운송사업자와 항공기의 운항 또는 정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가 운항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항공종사자는 운항일반교범(FOM)에 규정된 수백 개 이상의 절차를 준수해야 하며, 이 중 "~하여야 한다", "해야 한다" 등의 문구로 표현된 강행규정을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됩니다.

주요 항공사별 운항일반교범(FOM)의 강행규정 수를 분석한 결과, 아시아나항공 942개, 에어부산 917개, 티웨이항공 579개, 진에어 594개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항공종사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가 매우 광범위함을 보여주며, 어느 하나의 항목이라도 준수하지 않으면 행정규제 당국의 처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법과 국내법의 조화

국제민간항공협약과 운항증명

국제민간항공협약(ICAO) 제6조와 제33조에 따르면, 체약국은 해당 국가의 특별 허가 없이 국제항공 업무를 운영할 수 없으며, 항공기가 등록된 체약국이 발급한 감항성 증명서와 능력 증명서를 다른 체약국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ICAO 부속서 6은 체약국이 자국 내 항공사에 대하여 운항증명(AOC)을 승인하여 교부하도록 국제 표준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때 각 체약국은 최소한 ICAO 표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최근 항공법 개정 동향

2025년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개정

2025년 8월 28일 시행된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에서는 항공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항공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습니다. 2025년 5월 27일 공포된 항공안전법 개정에 따라 항공사 및 조종사의 안전규정 준수를 더욱 강화하고, 보안 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주요 처벌 규정

항공안전법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한 처벌이 적용됩니다. 무자격 조종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항공기 불법 개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 항공기 정비 불이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주요 판례 비교표

구분 사건명 판결 연도 주요 쟁점 판결 요지
운항규정 위반 이스타항공 조종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 2023년 선회반경 초과 비행의 처분 적정성 재량권 남용으로 처분 취소, 다른 사업자의 운항규정 및 국제기준 등 종합 고려 필요
헌법소원 항공안전법 제93조 위헌소원 2024년 운항규정 조항의 위헌 여부 청구인 승소 판결 확정으로 재판의 전제성 불인정, 각하
항공보안법 비상구 조작 사건 2024년 비상구 손잡이 덮개 개폐 행위의 처벌 가능성 손잡이 덮개 개폐도 '탈출구의 조작'에 해당, 유죄
정비불량 항공사 정비불량 운항 2023년 정비불량 상태 항공기 운항 책임 항공사 대표 징역 5년 및 회사 운영정지 명령

시사점 및 향후 과제

현대적 안전관리 체계로의 전환

전통적인 안전관리는 사고 유발자의 표준절차 미준수, 주의력 부족, 규정 위반 등 인적요인에 중점을 두고 처벌 여부를 판정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적인 안전관리는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상황이 시스템에 잠재된 부정적인 조건이 상호 영향을 받아 발생하며, 이를 시스템에서 적절하게 방어하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합니다.

운항규정의 명확화 필요성

항공종사자가 준수해야 할 운항규정의 범위와 내용이 항공운송사업자마다 상이하여 규율이 통일적이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항공운송사업자의 운항일반교범(FOM)에 의하면 규정 위반이 아닌 사례가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의 FOM에 의하면 규정 위반에 해당될 수 있어, 법적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합니다.

재량권 행사의 적정성 확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행정처분을 받은 총 62건 중 운항규정 위반이 48건(7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항공종사자가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자격증명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위반한 운항규정의 내용, 위반 행위의 구체적 양태, 위반 경위, 발생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제재적 처분의 발동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국제기준과의 조화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항공운송사업자에게 운항을 승인해 주는 허가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운항규정의 인가(Approved) 및 신고(Accept)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운항규정 체계를 마련하여 항공종사자의 법적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항공법 판례를 분석한 결과, 운항규정 위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처벌 위주에서 재량권의 적정한 행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 판례는 행정당국이 과거의 처벌 위주 안전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시스템 안전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항공안전법 제93조 제7항에 따라 항공종사자가 준수해야 할 운항규정이 수백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공종사자를 처분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정하여 처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항공종사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법적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항공안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처벌이 아니라 사고 예방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시스템적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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